안녕하세요 :)
앞으로 한동안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타임슬립 콘텐츠 주제로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시작으로 1920년대 신문 속 직업 이야기와 요즘 직업관 비교를 해보려고 합니다.
무려 100년전!! 인건데요! 직업관 차이가 얼마나 변화했을지 궁금하시죠? 같이 알아보겠습니다.
1. 100년 전, 신문에 등장한 ‘꿈의 직업’들
1920년대는 조선이 근대화를 빠르게 수용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직업’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동아일보, 매일신보, 조선일보와 같은 주요 신문에는 근대적인 직업을 소개하거나 관련 교육 광고가 자주 실렸습니다.
예를 들어, 1922년 7월 5일자 『동아일보』에는 다음과 같은 광고가 게재되었습니다.
“조선타자학교에서는 사무원 양성을 위한 속성 타자 강습을 실시하오니, 졸업생은 즉시 취직 가능합니다.”
이 광고는 당시 ‘타자기’를 다루는 능력이 얼마나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기술로 여겨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타자 기술은 곧 사무직과 연결되었으며, 고등 교육을 받은 신여성이나 신사들의 대표적인 직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또한, 같은 해 『매일신보』에는 ‘서기 시험 대비 강습소 모집’ 광고가 다수 실려 있었습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일하는 ‘서기(書記)’는 당시 청년들이 선망하던 직업 중 하나였습니다. 대부분은 안정적인 월급과 공적 신분을 동시에 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의사’, ‘교사’, ‘우체국 직원’, ‘철도청 사무원’과 같은 공공직군에 대한 기사도 신문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1924년 『조선일보』 기사에는 “이달부터 철도청 서기의 봉급이 월 60원에서 75원으로 인상됐다”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일반 노동자의 하루 일당이 약 1원 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급여였습니다.
이러한 기사와 광고들은 1920년대 사람들이 어떤 직업을 ‘안정적이며 바람직한 삶의 수단’으로 여겼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특권이었으며, 그것은 곧 신분 상승과 직결되었습니다.
2. 지금은 왜 ‘다르게’ 직업을 고를까? — MZ세대의 선택 기준
2020년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10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억압적 현실이나 생존 중심의 사회는 사라졌고, 오늘날에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가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어떤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할까요?
첫째,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높은 연봉보다는 퇴근 이후 자신만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한 취업 플랫폼의 설문에 따르면 MZ세대 응답자의 약 78%가 “연봉보다 삶의 균형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둘째, ‘가치 있는 일’을 추구합니다.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닌,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내적 만족감이 중요합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비영리단체, 소셜벤처, 환경 관련 스타트업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직업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셋째, ‘브랜딩 가능한 일’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예전처럼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 정체성의 기준이 되기보다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직업을 통해 표현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유튜버, 콘텐츠 제작자, 일러스트레이터, 1인 브랜드 운영자 등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는 더 이상 직장에만 소속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MZ세대의 직업관을 반영한 것입니다.
넷째, 하나의 직업만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N잡’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면서,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오전에는 회사원, 오후에는 카페 사장, 밤에는 작가처럼, 시간과 재능을 나누어 활용하는 삶은 이제 유능함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MZ세대는 단순히 직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향성, 가치, 정체성까지 고려하여 일의 방식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3. 100년의 간극, 바뀐 것은 직업보다 ‘관점’이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직업군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IT, 디지털, 콘텐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직업들이 새롭게 생겨났으며, 노동 중심의 일에서 지식과 창의성 중심의 직업으로 중심축이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직업 자체’보다는, 그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습니다.
1920년대의 사람들은 직업을 통해 신분을 상승시키고, 가문의 명예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청년들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직업을 추구합니다. 예전에는 “타자기를 배우면 서기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이 직업 선택의 전부였다면, 지금은 “타자기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합니다.
또한, 과거에는 직업이 ‘소속’을 의미했다면, 지금은 ‘정체성’을 뜻합니다. 예전에는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가 사회적 지위를 결정했다면, 지금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과정입니다. 이는 기술이나 경제의 변화보다 더 본질적인 전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문이라는 매체는 늘 그 시대를 기록하는 거울입니다. 1920년대 신문 속 직업 관련 기사와 광고를 들여다보면, 당시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미래를 꿈꾸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들은 지금의 우리와 완전히 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직업은 시대와 함께 변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지금 이 순간의 우리도, 100년 전의 그들도, 아마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일을 해왔을 것입니다.